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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에서 엄기창 2014.01.11
첨부화일 : 없음
향일암(向日庵)에서


절 마당은
무량(無量)의 바다로 이어지고

무어라고 지껄이는 갈매기 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바다를 지우며 달려온 눈보라가
기와지붕을 지우고
탑을 지우고

목탁(木鐸)소리마저 지운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 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시문학> 2008년 10월호
엄기창 : 겨울 향일암은 중생들에게도 도를 깨우치게 하는 곳입니다. 향일암에 가서 비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쓴 시입니다. 월간<시문학>에 발표했던 시를 올립니다. [2014-01-23 11: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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